달리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처음 달리기를 결심했을 때는, 사실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내가 과연 한 달이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고, 달리기는 여전히 나와 거리가 먼 사람들만 하는 활동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조심스럽게라도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저는 분명 어느 정도의 변화와 마주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먼 길의 시작이겠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 한 달은 제 안에서 작고도 강한 무언가를 일으켰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그 조용한 변화의 흐름을 담담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나눠보려 합니다.
달리기의 첫걸음은 생각보다도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운동화 끈을 묶는 것부터가 어색했고, 공원 트랙을 걷는 것조차 ‘괜히 사람들이 쳐다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장이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빠졌고, 5분만 달려도 다리가 묵직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도 매일 달리기 전에는 스스로와 작은 약속을 했습니다.
“오늘은 10분만 나가보자”, “뛰지 않아도 걷기라도 해보자.”
이렇게 하향된 목표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몸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지속’이라는 의미에 한 발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달리기 둘째 주부터는 몸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걷고 뛰는 시간의 비율도 달라졌고, 무엇보다 스스로 달리기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전에는 달리기라는 단어 자체가 거창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퇴근 후 달리기를 위한 시간을 자연스럽게 남겨두게 되었고, 그 시간은 저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작은 안식처처럼 느껴졌습니다.
비로소 알게 된 건, 달리기는 기록이나 속도보다도 마음의 흐름을 따라가는 시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생각이 많던 날은 천천히 걷는 시간이 길어졌고, 기분이 가벼운 날은 무심코 오래 달리게 되었습니다. 그 모든 흐름이 괜찮다고 스스로 허락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셋째 주쯤 되면 다소 익숙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 시기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몸이 아프거나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달리기가 어느 순간 '해야 할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는 스스로 원해서 나갔다면, 이 시기엔 다소 의무감 섞인 마음으로 운동화를 신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 덕분에 달리기를 대하는 자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결국 저는 '길게 보자'는 마음을 선택했습니다.
지금의 하루가 전부가 아니고, 이번 한 주가 부족해도 앞으로의 날들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이 시기를 지나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달리기에서 가장 어려운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
그리고 마음이 흔들리는 날에도 그 흐름을 인정하고 천천히 다시 걸으면 된다는 것.
한 달의 마지막 주, 달리기는 더 이상 특별한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고, 달리기를 마친 후 따뜻한 물을 마시고 샤워하는 그 일련의 흐름까지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신체적으로는 아주 크진 않지만 분명한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숨이 덜 차고, 걷는 자세가 훨씬 안정되어 있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더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자주 붓던 다리와 어깨 결림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느린 속도지만 확실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불안이 가라앉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마음이 조금 더 고요해졌습니다.
달리기를 하며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고,
그 덕분에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한 달이 끝났지만, 제 마음은 ‘시작’이라는 단어를 더 가까이 느낍니다.
‘한 달 해냈으니 여기까지’가 아니라, ‘이제는 진짜 내 속도로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운동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건 늘 어렵고, 때로는 지루하며, 쉽게 흔들리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과 맺는 약속”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도 매일 뛰진 못하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따뜻하게 이어갈 생각입니다.
때로는 달리지 못하는 날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니까요.
한 달이라는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된 건 아니지만, 분명히 조금 더 나 자신을 아끼고, 믿어주는 사람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달리기는 여전히 저에게 어렵고, 때로는 귀찮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 한 달을 통해 배운 건, 그렇게 어려운 걸 해냈다는 자부심과
그 시간 동안 내 마음과 몸이 천천히 단단해졌다는 감각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계속 달릴 겁니다.
조금씩, 멈춰도 다시 걷고, 다시 뛰고, 또 다시 쉬더라도
언제나 나를 향한 발걸음을 놓지 않기 위해서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해보세요. 꼭 한 달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하루 5분이라도 괜찮습니다.
그 시간은 분명히 생각보다 더 깊고, 다정하게 당신의 삶을 변화시켜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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